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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모자 농부의 맛집탐방 ㉙ ‘청산어죽’

입력 : 2016-02-18 13:20:00
수정 : 0000-00-00 00:00:00

 

 올해 최고의 한파라며 머플러로 얼굴을 푹 감쌌던 적이 언제였나 싶은데 어제 오늘 비가 내려 촉촉이 젖은 땅을 보니, 봄은 이미 저 밑에 와 있나보다. 심학산 근처를 노닐다 돌곶이길에서 만난 천렵국과 빙어조림으로 가는 겨울 서운해 하지 않고, 어죽으로 따사한 봄기운을 맛본다. 비린내 나는 민물고기로 죽을 쑨다는 거. 산 좋고 물 좋은 곳에서 살아본 사람이 아니면 상상도 못할 일인데, 뜻하지 않은 곳에서의 어죽이라니... 아내의 고향인 아름다운 평창강의 사십년 전 그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천렵음식, 어죽

 원래 어죽은 천렵 음식이라 냇가에 놀러가서 낚시로, 그물로, 족대로, 어항으로 잡은 민물고기를 즉석에서 끓여 즐기는 것이다. 강가에서 큰 돌멩이 여러 개를 둥글게 쌓아놓고 솥단지를 건다. 피라미, 꺽지, 모래무치, 빠가사리 등을 내장만 빼고 팔팔 끓이다가 쌀 한 줌 넣고 고추장, 된장 조금 풀어 넣고 대파 숭숭 썰어넣어 확 퍼지도록 끓여주기만 하면 된다. 그 구수하고 매큼하고 속이 확 풀어지는 얼큰한 어죽 맛을 안 먹어본 사람들은 상상이나 하랴 싶다.

 

가마솥에서 여섯 시간 푹 고운 맛 

이곳 주인장이신 젊은 신희범 사장(36세)도 외갓집인 산수 좋은 충청도 옥천 청산에서 먹었던 이 맛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맛보여 주고 싶어 ‘청산어죽’이라는 민물고기 전문점을 열게 되었단다. 금강 용담호에서 어업권을 갖고 계신 형님이 매일 매일 잡아 보내주시는 생선과 민물새우, 옥천에 사시는 외할머니가 보내주시는 고춧가루 등의 양념으로 어머님과 아내가 마음을 다해 정성껏 어죽을 끓여낸다. 큰 가마솥 여러 개를 걸어놓고 장작불로 생선들을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을 고아내면 구수한 생선 맛이 우러나온다. 이게 바로“아, 그 때 먹었던 그 맛이랑 똑같애”라고 오는 손님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도리뱅뱅이는 보기에도 예쁘고 먹음직스럽다. 빙어를 언제 먹어봤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바싹 튀겨서 고추장 양념 얹어 깻잎에 싸 먹으니 상큼하니 뒷맛도 개운하다. 자잘한 보리새우튀김도 아삭하고 고소하여 자꾸 손이 간다. 어린이를 위한 메뉴도 있는데 치즈 넣고 만든 돈까스가 입에 짝 붙는지 남기지 않고 잘들 먹는다.

 

 신희범 사장님의 두 가지 생각이 훌륭하다. 하나는 어렸을 때 먹었던 향토 음식을 잊지 않고 더 잘 개발하여 다양한 외식메뉴를 만들었다는 것. 또 하나는 청정 지역의 자연산 민물 식재료와 갓 도정한 파주쌀과 심학산 아래 텃밭에서 오는 싱싱한 야채들을 쓴다는 것. 말그대로 신토불이이다. 스스로 친환경 인증 약속을 만들어 지키고 있는 젊은이가 든든하고 고맙다.

 

 

 

청산어죽

주소 : 파주시 서패동 돌곶이길 99

메뉴 : 어죽 8,000원/도리뱅뱅이 10,000원/민물새우튀김 10,000원

오픈시간 : 오전 10시~오후 9시(휴일없음)

전화번호 : 031-939-8106

 

 

 

#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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